H200 한 장, 31곳 — AI 칩은 누가 실제로 만드는가

AI 반도체 뉴스만 따라가면 회사가 하나인 것 같습니다. Nvidia 실적, 클라우드 capex 증가, 밸류에이션 논쟁. 박스에 붙은 로고는 Nvidia가 맞고요.

근데 특정 리전 GPU 물량이 밀릴 때 보면 이유가 더 지저분합니다. HBM 인증이 안 끝났다, CoWoS 슬롯이 다음 분기로 밀렸다, 기판 납기가 길다. 이건 막연한 ‘Nvidia 품절’이 아니라, 31곳 가량이 이어진 공급망 어딘가에서 한 단계가 걸린 겁니다. 이 글은 그 구조부터 풉니다. H200이 뭔지, 어디서 막히는지. 점수표는 그다음에 붙입니다. 표가 요약이지, 글 전체가 아닙니다.

H200이 뭔지부터

H200은 Nvidia 데이터센터용 GPU입니다. AI 학습·추론에 맞춰진 제품이고, 스펙만 보면 GH100급 연산 다이에 HBM3e 메모리 141GB, 메모리 대역폭 4.8TB/s 정도(Nvidia 제품 페이지 기준)가 붙어 있습니다. 대역폭 숫자가 예전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요즘 모델은 연산보다 메모리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일반 DRAM 모듈 대신, GPU 옆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여러 층 쌓아 붙입니다.

Nvidia는 설계와 소프트웨어(CUDA, 라이브러리, 생태계)를 씁니다. 실리콘을 찍거나, 메모리를 쌓거나, 둘을 한 패키지로 붙이지는 않습니다. 그건 대만·한국 fab와 패키징 라인 일이고, 장비와 소재는 일본·유럽·미국에서 옵니다.

31곳, 네 겹으로 보면

H200 한 장을 역추적하면 공급사가 대략 31곳, 네 겹으로 나뉩니다. 아래에서 위로 쌓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1겹 — 소재·부품. JSR 감광액, Linde·에어리퀴드 산업 가스, 신에츠 실리콘 웨이퍼, Zeiss EUV 광학, VAT Group 진공 밸브. 키노트에 안 나옵니다. 없으면 ASML 장비도, TSMC fab도 멈춥니다.

2겹 — 장비·기판. ASML EUV 노광기, Applied·Lam 증착·식각, KLA 검사, Ibiden·Unimicron ABF 기판. 반도체 설비 투자 사이클이 여기서 먼저 보입니다.

3겹 — H200이 거의 완성되는 곳. TSMC가 N4로 GPU 다이를 찍고, SK하이닉스(삼성 일부)가 HBM3e를 쌓고, 다시 TSMC가 CoWoS로 통합합니다. CoWoS는 고성능 칩과 HBM을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붙이는 패키징 기술인데, 광고 문구가 아니라 HBM이 GPU 옆에 붙어야 의미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4겹 — 우리가 보는 제품. Nvidia 로고와 펌웨어, 클라우드가 사는 카드. 데이터센터 안에서는 직접 만질 일 없지만 뉴스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막히는 구간이 세 군데 — 줄줄이

병목을 하나만 고치면 된다고 말하기 쉬운데, H200은 세 단계가 직렬입니다. 하나 풀어도 나머지 둘을 기다려야 카드가 나갑니다.

첫째 GPU 다이(TSMC N4). 둘째 HBM3e — SK하이닉스가 앞서지만 2026년 물량은 메모리 3사 모두 대부분 선판매됐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셋째 CoWoS 패키징(TSMC). 납기는 주 단위가 아니라 분기 단위로 잡히는 경우가 많고, Nvidia가 CoWoS 슬롯 상당량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Nvidia에겐 좋은 일이지만, 같은 라인을 쓰려는 다른 AI 칩 업체에겐 부담이죠.

그래서 TSMC가 2026년 말까지 CoWoS를 월 12만~13만 웨이퍼 수준으로 늘린다는 소식이 나와도 할당 싸움은 계속됩니다. 예전엔 나노미터 숫자가 화제였다면, 지금은 패키징 밀도와 메모리 대역폭 쪽이 더 자주 거론됩니다. 예전엔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하던 뒷단이 주인공이 된 셈입니다.

31곳 점수표

H200 공급망 31곳 점수

세로 막대 그래프
96
Nvidia
93
TSMC
91
ASML
89
SK하이닉스
84
Synopsys
81
Lam
80
Applied
79
KLA
77
마이크론
76
Cadence
75
Arm
74
TEL
73
Unimicron
71
Entegris
70
아지노모토
69
이비덴
68
신에츠
66
삼성
64
VAT
62
JSR
61
SUMCO
60
TOK
58
신코
57
MKS
52
TOTO
50
에어L
49
Linde
46
Pfeiffer
42
Zeiss
38
Trumpf
Cymer

투자 권유 아님. 2026년 중반 리서치 기준 구조 점수 — 밸류에이션 미반영.

구조를 알았으면 ‘누가 힘을 쥐나’가 궁금해집니다. 31곳 전부 100점 만점으로 매겼습니다. AI·H200 수혜, 대체 불가능성, 성장 레버리지, 투자 접근성, 리스크를 합산한 점수이고 매수 추천이 아닙니다. Cymer(ASML 산하)는 별도 점수 없음. Brooks Automation은 Entegris에 포함.

점수가 높은 쪽의 공통점

Nvidia(96)는 fab가 없어도 수요와 CUDA 때문에 1위입니다. TSMC(93)는 N4 다이와 CoWoS를 같이 가져가서 H200이 ‘나오는’ 단계를 쥡니다. ASML(91)은 EUV 사실상 독점이라 첨단 fab가 다 이 장비를 거칩니다. SK하이닉스(89)는 이 세대 HBM3e 선두 — 메모리는 GPU마다 인증하고, DRAM 현물처럼 갈아 끼우지 못합니다.

Synopsys·Lam·Applied·KLA는 장비·EDA 쪽 oligopoly라 점수가 높지만, AI 한 줄기에만 묶이진 않습니다. 마이크론·Cadence는 그 아래지만 HBM 3번째 공급, EDA 2위로 자리는 분명합니다.

순위가 어색해 보일 때

HBM 공급사 점수 비교

세로 막대 그래프
89
SK하이닉스
66
삼성
77
마이크론

삼성전자 66점(18위)이 제일 많이 묻습니다. HBM tier는 SK하이닉스와 비슷해 보이는데, 인증·수율 이슈에 스마트폰·가전 비중이 큰 집합체라 AI 메모리 한 줄기만으로 점수가 안 올라갑니다. SK하이닉스 89와의 차이는 ‘조금 앞서느냐’ 수준이 아닙니다.

아지노모토 70점(15위)은 밈이 맞습니다. 조미료 회사가 ABF 필름으로 고급 기판 소재를 쥐고 있고, 해자는 높은데 AI 매출 비중이 작아 점수는 중간쯤. Zeiss SMT 42점(29위)은 반대입니다. EUV 광학은 대체 불가인데 투자할 순 없는 구조라 접근성에서 깎입니다.

실적 시즌에 볼 것

Nvidia 가이던스는 수요를 말해 줍니다. 어느 링크가 물량을 거절했는지는 안 말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품절 헤드라인이 나올 때 CoWoS 가동률, HBM 비중, 지연이 수요 때문인지 패키징·메모리 때문인지부터 가르는 게 낫습니다.

  • TSMC — CoWoS 증설·가동률(웨이퍼 투입만이 아님)
  • 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 HBM 매출 비중, 신규 스택 수율
  • ASML — EUV 수주(첨단 capex 맥박)
  • 지리 — fab·CoWoS 대만, HBM 한국, 소재 일본

H200은 뉴스에선 Nvidia 제품입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고, 사진에 안 찍히는 부품사가 길게 이어집니다. 점수표는 앞쪽 몇 곳을 한눈에 보게 해 주고, 공급망 이야기는 왜 나머지도 여전히 중요한지 설명합니다.


납기가 밀리는 이유는 공급망에 있고, 점수는 ‘누가 세게 잡히는지’를 요약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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